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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리포트>머리카락 기증받아 가발로… 소아암 환자에 ‘비단결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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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0 21:55:35

<사랑 그리고 희망 - 2011 대한민국 리포트>머리카락 기증받아 가발로… 소아암 환자에 ‘비단결 미소’를

환아돕기 모금·캠페인 날개달기운동본부문화일보 | 박정경기자 verite@munhwa.com | 입력 2011.03.23 14:21 | 수정

 

 
"정말 신기해. 원래 내 머리랑 똑같아 엄마. 이거 쓰고 학교 가면 친구들이 나 예쁘다고 하겠다, 그치?" 가발을 쓴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며 즐거워하는 A(11)양은 지난해 9월 골육종 소아암 진단을 받았다.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미소를 지어보이던 강심장이었지만, 자신의 긴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것은 견딜 수가 없었다. 지난해 12월 삭발을 하고 난 뒤부터는 급격히 말수도 줄었다. 그랬던 A양이 '날개달기운동본부'에서 모발기증을 통해 받은 가발을 쓰고는 아주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어머니 문마리(44)씨는 "딸이 거울을 보면서 혼자 멍해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가발을 착용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A양처럼 날개달기운동본부를 통해 이름 모를 언니, 오빠들이 기부한 모발로 멋진 가발을 선물 받은 소아암 환자들은 전국에 90여명. 지난 2000년부터 소아암에 걸린 아동들에게 가발을 제작해 나눠주는 '사랑의 모발 나누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이 단체는 최근까지 1000여명으로부터 모발을 기증받아 왔다.
 

 

 

↑ 지난 20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의 ‘날개달기운동본부’사무국에서 상근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정하종기자 maloo@munhwa.com

가발 한 개를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모발 기부자는 최소 10여명. 기부자마다 머리카락 길이와 굵기가 달라 소아암 환자 한 명에게 웃음을 선사해주기 위해선 그의 10배가 넘는 사람들의 모발 기부가 필요했다. 사업 초기에는 모발 자체를 구하기가 어려워 1년에 한 개 만들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색기부'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날개달기운동본부의 '모발기증'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때부터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의 사무국으로 집에서 직접 가위로 자른 머리카락이 우편으로 하나둘씩 배달되기 시작했다.

이 캠페인의 아이디어를 처음 냈던 조욱관(38) 사무총장은 "2000년 당시 미국에 출장을 갔다가 거리에서 '유방암 환자를 돕기 위한 삭발식'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유방암 환자에게 가발을 만들어 주겠다며 거리에서 시민들이 머리카락을 자르고 이를 기부하는 '축제'를 보고 한국에 있는 '소아암 환아들에게도 가발을 만들어 주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국에 돌아온 조 사무총장은 가발 제작 회사인 '하이모'에 기부 사업을 제안했고 하이모 측에서도 모발을 모아오면 가발을 공짜로 제작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모발 기증을 하러 날개달기운동본부를 방문했다가 상근직원이 됐다는 유슬기(28)씨는 "여러 명이 실천하는 나눔이 하나의 사랑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면 뿌듯하다"며 "모발을 기증하겠다고 사무국으로 머리카락을 잘라 보내오는 남자 기증자도 많은데 감동이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또 다른 직원 김은아(35)씨 또한 "소아암 아동들도 치료가 끝나면 학교도 다시 나가야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아야 하는데 머리카락이 없어서 대인 기피 현상을 보입니다"며 "모발기부자가 많았던 것은 소아암 환아들의 그늘진 마음을 어루만져 줘야 한다는 운동본부의 뜻에 동의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모발기증으로 소아암 환아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는 날개달기운동본부는 지난 1998년 소아암 어린이 한 명을 돕기 위해 모인 의대생 다섯 명으로부터 시작했다. 이듬해 간호학과 학생 25명과 인터넷통신 하이텔 동호회 회원들을 모집해 소아암 환자들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뿐만 아니라 의료보험 급여 범위를 넓히기 위해 캠페인 활동과 정책 제안 사업을 꾸준히 벌이는 단체로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온라인 회원 20만명에 정기 후원회원 260명이 넘는 단체로 성장했으며 일산과 대전, 충남, 대구에 사무국을 두고 있다. 2009년부터는 유엔에 국제 비정부기구(NGO) 단체로 등록해 캄보디아에 해외 사무국을 두고 어린이 구호활동도 벌인다.

봉사대는 이 밖에도 ▲전쟁 내전으로 고통받는 국가에 국제자원봉사단 파견 ▲지진 등 재난지역에서 긴급구호활동 ▲병원 학교, 교육 기자재 지원 등 문맹퇴치 활동 ▲보건위생 교육 등 질병 퇴치 활동 ▲1대1 결연 후원 등 빈곤 기아퇴치 등의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렇듯 아픈 어린이들의 물질적 지원을 확대하려고 애썼던 날개달기운동본부는 최근에는 모발기증 활동처럼 "정서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기부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말기 소아암 환자들의 가족 사진을 찍어주는 행사는 가족사진을 남겨주면서 환아의 예쁜 모습을 따로 찍어 영정사진으로 쓸 수 있도록 배려한 활동이다. 조병욱 사무총장은 "아프다고 오냐오냐 해서 버릇이 나쁜 아이들을 많이 보게 된다"며 "아픈 것은 특권이 아닌 만큼 병원에서도 다양한 지혜를 길러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마음 가짐을 심어 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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