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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아니어도 마음만 있다면 충분"…생활 속 기부의 진화
디자인팜 홍보형 43 조회수:91 220.149.182.205
2019-01-09 15:46:00

 

© News1 DB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고 '어금니 아빠 사건' '새희망씨앗 기부금 횡령 사건' 등 기부금 비위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기부 심리가 위축된 모양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기부참여율은 꾸준히 하락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12월31일 기준 '희망2019나눔캠페인' 모금액은 2442억원으로 전년대비 93% 수준이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최근 법인기부액이 입금되면서 전년과의 격차가 줄었지만 개인들의 기부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기부 한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금시장이 얼어붙었지만 기부의 형태와 방식은 다양해졌다. 모금단체에 돈을 기부하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애플리케이션, 팬덤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발걸음, 머리카락, 헌혈증 등을 기부하는 '이색 기부'가 늘어나고 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기부계단 한 칸에 10원"…프로젝트 걸음 기부 포인트 앱도

서울시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기부하는 건강계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강계단은 서울 시민청을 시작으로 지하철역 9개소, 공공기관 4개소 총 13곳에 설치됐다. 계단에는 이용자 수를 세는 센서가 부착돼있으며, 시민 1명이 이용할 때마다 10원씩 장애인 등 건강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기부된다.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누적 기부금은 약 3억3000만원에 이른다.

매일 경복궁역을 통해 출근하는 이동규씨(28)는 "건강도 챙기면서 기부도 할 수 있어 급한 일이 아니면 늘 기부계단을 이용한다"며 "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비슷한 시설들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걸음 수마다 포인트를 적립해, 기부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인기다. '빅워크'나 '워크온' 같은 앱이 대표적이다. 이들 앱은 휴대전화 내 GPS 등을 이용해 걸음 수를 측정하고, 이에 비례해 기부 포인트를 제공한다. 앱 사용자들은 걸음으로 모은 포인트를 원하는 프로젝트에 기부할 수 있다. 해당 프로젝트에서 목표하는 걸음 포인트가 채워지면 실제로 기부가 이뤄지는 식이다.

일례로 동국제약은 지난 8,9월 '워크온'을 통해 '센시아-워크온 기부 챌린지 캠페인'을 진행했다. 두 차례 진행된 캠페인 기간동안 5000여명이 목표 걸음 수 4억보를 기부하면서 동국제약은 결식아동들에게 총 3000개의 도시락을 전달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기부하는 건강계단'이 설치돼있다. © News1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 돕는 '머리카락·헌혈증' 기부…'팬심' 따라 기부도

머리카락과 헌혈증은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한 대표적인 기부물품이다. 소아암 어린이들의 경우 항암치료 중 탈모가 발생하는데, 기부된 머리카락은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한 가발을 만드는 데 쓰인다. 또한 조혈기능 저하와 혈소판 감소로 인해 수혈이 필요한 백혈병소아암 어린이들에게 헌혈증은 수혈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

예전에는 머리카락 기부가 거의 개인 단위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팬 문화'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SK와이번스는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돌려줌으로써 스포츠스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취지로 모발기부 캠페인을 진행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과 김광현 선수가 나섰고, 팬들이 동참했다. 지난 3월에는 김광현 선수가, 8월에는 힐만 감독과 SK팬들이 그라운드에서 머리카락을 자르고 기부했다.

스포츠 팬들 뿐 아니라 아이돌 가수 팬클럽 단위로도 기부가 다양하게 이뤄진다.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는 멤버 지민의 생일에 맞춰 한달 간 헌혈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팬 750여명이 헌혈센터에 방문했고, 부적격 인원을 제외한 585명이 헌혈에 동참했다. 팬들은 헌혈자를 위한 기념품 2000여점도 기부했다.

걸그룹 러블리즈의 팬들도 데뷔 기념일마다 한국소아암재단에 팬들이 모은 헌혈증과 응원 편지 등을 기부하고 있다. 팬클럽 '러블리너스' 회원이라는 김모씨(27)는 "팬클럽 활동을 하면서 팬덤 기부문화도 알게됐는데, 좋아하는 아티스트 이름으로 사회적으로도 의미있는 일에 동참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긍정적 영향력을 확산시킬 수 있도록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기부에) 참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머리를 길러 기부한 SK와이번스 김광현 선수. (SK 제공)© News1

◇ "기부 플랫폼 다양화가 기부 장벽 낮춰…모금액 관리에는 만전 기해야"

전문가들은 이색 기부 등 기부 플랫폼의 다양화가 기부에 대한 장벽을 낮췄다고 평가하면서도 기부문화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플랫폼을 진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부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금을 누구나 하는 것 위험하다"며 모금단체에 대한 관리는 보다 철저히 이뤄지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성주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장은 "모바일이 새로운 기부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주 사용층인 20~30대가 기부에 더 많이 참여하게 됐고, 단순히 현물이나 재능기부 이외에도 포인트, 혹은 가상머니 기부가 등장했다"며 "플랫폼의 확장은 기부를 하는 세대도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기부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예전에는 기부가 특별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연말에 몰린다거나 시의성을 탔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언제든 생활 속에서 꾸준히 기부할 수 있고, 적은 금액으로도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고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현수 한국기부문화연구소 부소장도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기부에 활용될 수 있음을 체험하고나서 기부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참여도를 높이는 게 기부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김 부소장은 "이제 중요한 것은 한번 기부에 진입한 사람들이 꾸준하게 기부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진화시키는 것"이라며 "단순히 재미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이웃에 대한 관심, 또 변화에 대한 보람으로 이어지게 해서 기부가 꾸준히 이뤄질 수 있게 문화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본부장은 "기부가 쉬워진다는 것은 결국 투명성이나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은 플랫폼이 많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플랫폼 다양화는 좋지만, 검증되고 제도적으로 인증받은 곳을 통해 모금이 돼야 기부문화가 안전하게 확산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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