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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환자 위해 긴 생머리 싹둑…모발 기부 9년새 150배
디자인팜 홍보형 43 조회수:171 210.93.126.200
2020-03-23 09:36:12

오 헨리(O Henry)의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면 주인공 델라가 남편에게 줄 성탄절 선물을 사기 위해 자신이 가장 아끼던 머리카락을 자르는 장면이 나온다. 여성들에게 머리카락은 그만큼 소중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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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동안 세 차례나 모발 기부를 한 경기경찰청 산하 안양동안경찰서 소속 김선경(30·여) 경장. 사진은 2014년 8월 모발 기부 당시 머리카락을 자르기 전과 후(작은 사진)의 모습. [사진 각각 본인들 제공]

결혼을 앞둔 서른 살 여경, 나라를 지키는 여군 대위, 17세 여고생이 애지중지 길러 온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다. 이들이 머리카락을 자른 데는 소설 속 여주인공 델라 못지않은 각별한 이유가 있다.

경기경찰청 산하 안양동안경찰서 김선경(30·여) 경장은 소아암 환자를 위해 2년마다 약 25㎝까지 기른 머리카락을 자른다. 2009년 시작해 2012년 8월, 2014년 8월 등 모두 세 차례나 기부했다. 11월에 결혼하는 김 경장은 결혼식을 마친 뒤 네 번째 모발 기부를 할 계획이다.

김 경장은 “2009년 12월 크리스마스 때 소아암에 걸려 탈모 증상이 심한데도 가발이 비싸 구입하지 못한다는 아이의 안타까운 사연을 방송에서 봤어요. 그 모습을 잊을 수 없어 3년을 기른 머리카락을 잘랐다”고 했다. 그는 “내 머리카락이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제1군사령부 헌병대 소속 권익숙(35) 대위. 소아암 진단을 받은 아이들이 탈모로 고통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지난 3월 25㎝의 모발을 과감하게 잘랐다. 딸의 모발 기부에 권씨의 어머니 배양식(59)씨도 30년 전에 잘라 보관해 온 80㎝ 길이의 모발 등 모두 세 다발의 모발 묶음을 선뜻 내놨다. 권 대위는 “하루빨리 아이들이 탈모 스트레스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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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6개월간 정성스럽게 기른 머리카락을 지난 5일 자른 강원도 홍천 서석고 2학년 황은진(17·가운데)양과 이지선(17)양. [사진 각각 본인들 제공]

10대 소녀들의 기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일엔 강원도 홍천 서석고 2학년 황은진(17)양과 이지선(17)양이 30㎝의 모발을 잘라 백혈병 어린이들에게 기부했다. 지난 6월엔 충남 천안 월봉고 여고생들이 기부에 동참했다.

사랑의 기부가 모이면서 올 들어 이달까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접수된 모발 기부 건수는 1만15건으로 늘었다. 2007년 모발 기부가 시작될 당시엔 73건에 불과했으나 매년 꾸준히 늘더니 지난해엔 1만1016명이 참여했다. 9년 만에 150배가 늘어난 셈이다. 소아암협회와 가발 제작 업체인 하이모는 ‘러브 헤어 캠페인’을 통해 2007년부터 매달 7~10명에게 가발을 선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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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소아암 환자의 안타까운 사연과 기부자의 따뜻한 마음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모발 기부가 확산하는 것으로 풀이한다.



모발 기부는 백혈병 환자들에게 복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급성림프모구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성민(4·가명)이는 지난 6월 하이모 측으로부터 6㎝ 길이의 맞춤 가발을 선물받았다. 성민이는 그동안 탈모가 심해 외출할 때 항상 모자를 썼었다. 하지만 3D스캐너 작업 등을 거쳐 두 달 만에 완성된 성민이의 가발은 누가 봐도 자연스러웠다.

외모에 예민해질 나이인 선경(13·가명·여)이는 급성림프구 백혈병 때문에 탈모가 심해 지난 2월 초등학교 졸업식 참석이 어려웠다. 하지만 당시 30㎝ 길이의 가발을 선물 받고 졸업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최재성 기획사업국장은 “가발 하나를 만드는 데 50명가량의 모발이 필요하다”며 “더 많은 아이가 혜택을 받도록 건강한 모발을 적극 기부해달라”고 말했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해마다 1000~1200명가량의 아이가 소아암 진단을 받는다.

원주=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소아암 환자 위해 긴 생머리 싹둑…모발 기부 9년새 15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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